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1세대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범죄심리 전문가 이수정 교수는 스토킹 방지법 마련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법 체계 마련에 목소리를 냈던 점이 높이 평가됐다.

이번 ‘올해의 여성 100인’의 주제는 ‘여성이 이끌어가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였으며,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범죄심리학자로서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고 답했다.

여성의 불안이 소비되는 사회

최근 불법촬영 같은 디지털 성범죄나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계속되면서 한국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회가 불안하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율은 여성이 50.9%로 절반에 달했다.

또, 2017 경찰청 통계를 보면,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93.5%는 ‘여성’이었으며, 매년 46명이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75%도 여성이다.

사회 안전망에 대한 여성의 불안이 커지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여성과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된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를 직접 만났다.

이미지 캡션 그의 연구는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는 데 기여했다

20년 간의 범죄자 연구, ‘전자발찌’ 도입 기여

지난 1999년부터 경기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교정학과에서 법무부 일을 수행하면서부터 지난 20년 간 범죄자 연구를 주로 해왔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국내 법률가들은 법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사건이 발생하면 일정한 입증 과정을 거쳐 어떤 형벌을 가할 것인지에 관해서만 주로 훈련을 받았다. 그들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질문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범죄자들이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정책 방향을 설정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고,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여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20년 전, 범죄자 연구를 시작한 이유였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성범죄는 대부분 성적 욕구 때문에 발생하는 거로 생각했어요. 그 당시는 성적인 욕구라는 것 자체가 범죄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소위 ‘친고죄’가 있어서 피해자들이 직접 고소를 하지 않으면 사건이 처리되기 어렵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성범죄는 피해자가 결정할 사안으로 취급됐어요. 그런 환경에서 성범죄자들 중 일부는 특이한 양상을 보여왔고 그들의 재범률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떨어지던 시절이었죠.”

당시 이 교수는 이러한 성범죄자들 중에서 가장 위험성이 높은 재범자에 심리학적 특이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해당 연구 결과는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후, 성범죄 재범률은 6분의 1로 줄었다.

“성범죄자들을 추적 조사해서 재범을 저지르게 되는 판단의 기준을 실증적으로 입증해서 그 기준 이상이 되면 무조건 전자 발찌를 고려를 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공했어요. 그런 것들이 이제 판결문에 인용되는 것을 보면 참 보람을 느끼죠.”

대표적인 한국형 범죄 ‘가정폭력’

오랜 기간 수많은 범죄자를 만나고 연구해 온 그는 한국형 범죄의 대표적인 예로 ‘가정 폭력’을 꼽았다.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 범죄인 만큼,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권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준범죄자들이 어린 시절 가정폭력 혹은 학대의 피해자들이었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가정 폭력을 국가가 나서서 잘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은 ‘폭력의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가정폭력에 대해 굉장히 관대한 나라 중의 하나예요. 그 배경에는 유교적인, 가부장적인 가치 체계가 자리잡고 있죠.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고, 그러다보니 사건화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와중에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동반자살 같은 거죠.”

“사실 동반자살은 자살이 아닙니다. 그것은 타살인데 아이들에 대한 귀속 살해를 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정 내 문제는 가정에서 껴안고 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돼있다 보니까 생기는 문제들이죠.”

“우리나라는 배우자 살해 사건이 꽤 많이 발생하는데 학대를 받던 아내가 치사가 되는 사건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여성 살인 피해자들의 사인 혹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를 보면 반 이상이 혼인 관계나 연인 관계예요. 여성들의 안전을 고민한다면 불특정인에 의한 외부적 위험보다는 집 안에서의 위험, 알고 있는 연인 혹은 알고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Image copyright News1
이미지 캡션 그는 한국의 ‘스토킹 방지 법안’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토킹 방지법’, ‘아동 유인 방지 법’…갈 길 먼 입법

‘스토킹 방지법’은 이수정 교수가 한국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부분이다. 아직 한국에는 ‘스토킹 방지법’이 없다.

“스토킹이라는 죄명은 없고, 폭력이나 폭행, 상해가 있어야만 비로소 처벌이 되니까 스토킹을 당하는 기간 동안은 참고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실제로 다치거나 하면 그때 가서 전화를 하라는 식이니까 이걸 예방하는 법률이 없는 거죠.”

그는 스토킹 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예방법 중 아직 한국에 입법이 되지 않은 또 하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아동 유인을 방지하는 법률이다. 현행 법에서는 아동을 유인을 하고 나서야 검거를 해서 처벌할 수 있고 유인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가 없다.

“랜덤 채팅 앱에서 ‘오늘 우리 집에 올래? 십만원 줄게’ 이렇게 유인을 해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잖아요. 랜덤 채팅에서 아이를 유인하는 과정 자체가 범죄가 안 되는 나라에 살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성폭력 피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결국에는 오히려 성매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가해자가 되는데 그때는 처벌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애초에 아동 유인을 방지하는 법을 만들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런 식의 위험에 노출돼 피해를 다 받고 난 다음에 처벌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죠. 실제로는 굉장히 검거율도 높고 처벌 수위도 낮지 않은데, 문제는 이걸 예방하는 법률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겁니다.”

그는 미성년자 강간 의제 나이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 마디로 성범죄에 대해서 엄벌을 하는 사회 분위기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이들에 대한 강간의 개념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폭력이나 협박이 없으면 강간 인정을 안 해주다보니까 ‘동의’가 기준이 아니라 ‘폭력’이나 ‘협박’을 받아서 항거불능에 이르렀다는 걸 피해자들이 입증을 해야 돼요.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는 위험에 자발적으로 나가서 아저씨들을 만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미 만나고 난 다음에는 거절을 해도 잘 받아 들여지지 않잖아요, 폭행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결국에는 처음부터 아이들을 유인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해야 되고, 그런 법이 없다면 ‘동의’를 기준으로라도 해줘야 강간이 입증되는데 지금으로서는 자기 발로 나갔다는 이유로 강간도 인정을 안해주는 거에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다

그가 처음 범죄심리학을 할 때만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거부를 당했다. 범죄자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범죄자들을 직접 만나야 하지만 대부분의 교도소에서는 안전 문제를 들며 면담 기회조차 잘 주지 않았다.

“면담 안 된다는 건 교도소에서 숱하게 많이 받았죠. 그런데 나는 범죄자 없이는 연구를 하지 못하니까 어떻게든 만나야 하잖아요. 보안과에서 초기에 거절을 많이 당했어요. ‘면담하던 중에 도발 행위를 하면 책임질거냐’ 아니면 ‘여자가 어떻게 성범죄자를 만나려고 하느냐’ 이런 종류의 얘기들이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거절들이 어쩌면 내가 이 일을 해내리라는 다짐을 하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쉬웠으면 적당히 하다가 말았을지도 모르니까요.”

변화된 사회 분위기, 여성 프로파일러의 활약

그는 이제 한국 사회가 더이상 성범죄를 참아내는 데 힘든 지경에 왔다고 분석했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 변화에 중요한 계기가 됐던 것이 ‘조두순 사건’이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일각에서 성범죄나 강력 범죄 등의 가해자 대부분이 남성인 만큼, 여성보다 남성 프로파일러가 사건을 담당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 시각도 있지만,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과 남성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은 성장 배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남성은 막연하게 엄마라면 모성이 있겠거니 생각하지만 직접 엄마를 경험한 여성들은 달라요. 이게 과연 진짜 모성인 건지, 모성을 가장한 것인지 엄마들만이 아는 포인트가 있다는 거죠.”

“최근 고유정 사건만 봐도 그 여자는 모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모성을 가장한 여자일 뿐이죠. 그러니까 자기가 그 욕구의 중심에 있는 거고 아이들은 그냥 주변에 두는 악세사리 수준이었던 거죠. 엄마인 척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필요한 거지만 아이를 직접 키울 생각은 없는 엄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아는 포인트가 있다는 거예요.”

그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공안 직렬의 직업군 여성의 비율이 제한되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조직에서 그동안 여자 구성원을 어떻게 취급했겠어요. 여성을 뽑기는 하지만 별로 쓸모는 없다고 생각해 왔던 거죠. 그런데 이번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자백을 여성 프로파일러가 가서 받아내는 거를 보고 앞으로는 생각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죠.”

‘아이들이 안전한 미래를 위해’

그가 흉악한 범죄자들의 마음을 읽는 일을 계속하며 끊임없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건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 국민들은 굉장히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이고 문제의식을 가지면 다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다양성에 대한 용인이나 관대함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건 범죄자 연구를 하면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평생을 싸워왔던 이유이기도 해요.”

“여성도 여성으로서의 제한된 역할을 벗어나는, 다양성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죠. 내 딸이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되려면 일단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니까요. 일단은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게 사회나 정부가 해야 될 일이고, 그게 결국은 내 아이들의 안전이기도 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건 최소한의 베이스라인을 까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기획: 이윤녕

편집: 윤인경

촬영: 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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