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와 박창진Image copyright BBC/뉴스1
이미지 캡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왼쪽)과 빅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응급실에 있었다. 무리한 스케쥴과 각종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다고 했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대한항공 오너 일가 중 한 명이자 ‘물컵 갑질’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복귀 소식이 들렸왔다.

뒤이어 명품 밀수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집행 유예 소식도 들려왔다. 이 때문에 조현아 전 부 사장도 곧 복귀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전 사무장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갑질’ 대한항공 오너 일가 복귀…박창진의 심경은? (영상: 최정민)

땅콩 회항, 그후 5년

“저는 당연히 돌아올 거라 생각했어요. 그들에겐 이 일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박 전 사무장은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 씨 일가의 귀환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땅콩 회항’ 사태의 피해자이자 사건을 폭로한 제보자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사장은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땅콩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중인 비행기를 되돌렸다.

그는 서빙을 한 여승무원을 비롯해 당시 기내 총괄을 맡았던 박창진 전 사무장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 이어 박창진 사무장의 책임을 묻고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후 사측의 사건 왜곡을 참지 못한 박창진 전 사무장은 당시 일을 폭로했다. 땅콩 회항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조 전 사장은 포토라인 앞에서 고개를 숙였고, 박 전 사무장에게도 ‘미안하다’는 쪽지를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 대리인이 실제 박 전 사무장에게 전한 말은 달랐다고 한다.

박 전 사무장은 “대한항공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법률 대리인을 통해 듣는 말은 ‘끝까지 가보자, 우린 끝까지 할 수 있는데 넌 끝까지 할수 있는 돈 있어?’ 이런 말이었다”고 밝혔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포토라인 앞에서 고개를 숙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법정에선 조 전 부사장의 항로 변경죄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업무방해 혐의도 집행 유예가 선고됐다.

이렇게 ‘갑질’로 회자됐던 이들은 돌아오지만, 박창진 전 사무장은 아직 예전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땅콩회항 전 그는 VIP 전담팀을 도맡던 사무장이었지만, 지금은 이코너미석을 주로 맡는 일반 승무원이다.

사내 냉담한 분위기도 박 전 사무장을 힘들게 한다고 밝혔다. 돈을 쫒고 있고, 이상한 사진을 올린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회사에 출근하면 항상 혼자였고, 붐비는 시간에 밥을 먹으러가도 제 옆에는 아무도 앉아서 밥을 먹지 않았어요. 내부고발을 같이 하거나, 응원을 보내 준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 전 사무장은 ‘익명의 다수가 심장을 향해 칼을 꼽는 느낌’이라고 묘사했다.

또 박 전 사무장은 “근무 중 생긴 사소한 실수나 업무 결함이 생기면 놓치지 않고 여전히 바로 보고가 되고, 회사 게시판에 수시로 올라온다”며 “일거수일투족을 음해하는 블로그도 있었는데 지금 검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가 된 상태”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느껴졌노라고 회상했다.

무력함

박 전 사무장은 어쩔 땐 자신이 ‘문제해결의 도구’로 사용되는 듯 해 씁쓸해진다고 토로했다.

가끔씩 승무원들에게 힘든 조치가 내려지면 동료들은 나서서 행동하기 보다는 그에게 ‘대처할 방법 없냐’며 대신 나서주길 바랐다.

“부당함이 왔을 때 문제 해결의 도구로서만 삼으려고 하지 적극적으로 본인들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서려고 하지 않는 비겁함을 좀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사무장은 이것이 개인의 양심 문제라든가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물론 ‘작은 희망’도 있었다. 지난해 일부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현민의 물컵 사건을 이후로 거리에서 ‘갑질 근절’을 외쳤고, 그 결과 직원연대라는 소규모 노조도 창립됐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더 확산되지 못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조현민 전 전무는 잠시 물러났지만 같은 행태를 답습하는 경영진들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박 전 사무장은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지난 5월 가두집회 1주년 시위를 했는데 대한항공 노무팀 인사 4명이 와서 계속 쫒아다니고 있었고, 노조 가입했던 사람들을 면담해서 ‘이렇게 해서 진급이 되겠냐’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기본권을 말하면 정치적이되는 사회’

일각에선 그가 방송에 나오고, 노동이나 여러 인권 관련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박 전 사무장을 향해 불편한 심경을 지니는 사람도 있다

그가 ‘정치하려고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돌고 있다.

이런 반응에 그는 “강자로 인해 모든 걸 다 잃게 되는게 온당한가 싶어 최소한의 기본권을 이야기했는데 그것이 ‘정치적’이 됐다. 그것이 ‘정치적’이라면 난 앞으로도 정치적이 되겠다”라며 아쉬워했다. 또

“아픔을 이야기할 때마다 여전히 고통을 느끼고… 회자되는 일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힘들다면서 그가 여전히 대한항공에 남아있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가족들도 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박 전 사무장은 이에 대해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런 죽을 것 같은 상황이 오면… 같은 선택은 못 할 것 같다”면서 “내가 겪은 일이 사내에서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제 나름의 소명이 있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라고 답했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