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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의 인권침해로 목숨 잃은 사람들이 암매장된 장소를 추적하고 지도로 기록화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한국의 비정부기구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11일 공개한 ‘북한 정권의 처형과 암매장’ 보고서.

지난 4년간 북한 정권이 처형을 벌인 곳, 시체가 처리된 곳, 이런 일에 연관된 문서나 증거가 있을 만한 기관들의 위치 정보를 담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610명의 증언과 위성사진을 이용해 향후 현장조사가 필요한 곳을 파악해 좌표와 함께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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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에 의한 사망 정보는 대부분 총살부대를 이용한 공개처형에 대한 것이다.

거의 모든 공개처형 직전에 현장에서 약식 재판이 열렸고 변호인 없이 혐의와 판결이 낭독된 것으로 전해졌다.

처형 사례에서 북한 당국이 적용한 죄목으로는 살인 또는 살인미수죄, 다음으로는 구리 훔친 죄, 인신매매죄, 소 훔친 죄, 국가재산 훔친 죄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정당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실제 피고가 해당 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는 알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처형 장소에 대해서는 정보 출처의 신빙성이 높으며 위치 좌표를 확보한 정보로 323건을 추출했다. 공개처형이 이뤄진 곳은 주로 강가와 공터, 밭, 시장, 언덕 등으로 조사됐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보안원들이 휴대용 보안검색기로 참관자들의 휴대전화기를 임시 압수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공개처형 관련 정보가 북한 밖으로 나오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처형된 시체를 암매장하거나 불태운 ‘불망산’의 위치들도 공개됐다. 이 중 2구 이상의 시체를 함께 암매장한 곳으로 지목된 경우는 7건이다.

국가운영시설에서 또는 국가정책으로 벌어진 사고, 굶주림, 병 등으로 인한 사망 장소 정보도 함께 기록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기록하지 않은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며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형 장소, 사람들이 암매장된 장소, 이것을 뒷받침하는 북한에서 만든 문서, 또 그런 일을 실제로 명령하고 집행하고 묵인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들이 모였을 때 아주 강력하고 합리적인 판결과 처벌, 피해 배상, 구제 정책 등을 만드는 데 사회적 논쟁과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응답자의 83%는 북한에서 공개처형을 직접 목격했으며 53%는 한 번 이상 공개처형을 강제로 보게 됐다고 증언했다. 공개처형을 목격한 가장 어린 나이는 7세였다.

이들은 피고인들이 ‘반죽음’ 상태로 처형장에 끌려 나왔으며 입에 재갈을 물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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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응답자의 16%는 북한 정권에 살해되거나 처형된 가족이 있다고 답했으며 27%는 북한에 의해 강제실종된 가족 구성원이 있으며 그 중 83%가 여전히 생사나 소재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증언자들은 북한 당국이 처형 이후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시체를 묻은 장소 역시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최소한의 ‘알 권리’조차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한 참여자는 1985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평양에서 일요일마다 주로 시장에서 총살이 이뤄졌으며 시신은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인민반장이었던 진술자는 권력승계가 공식화되기 이전인 1990년대 초 김정일이 전국에 ‘총소리를 울리 때가 됐다’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탈북자는 그때부터 공개처형이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응답자들은 피고인의 출신 성분이나 사회적 위치가 처벌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성분 제도에 따라 모든 주민은 핵심, 동요, 적대계층으로 분류되는데 하층으로 분류된 피고인들은 작은 혐의라도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참여자는 안전원과 보위원들이 승진을 위해 수사 성과를 부풀리기도 한다며 뇌물이나 연줄 없는 사람들이 인신매매 혐의로 처형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의 실제 혐의는 비법장사 행위였다.

이와 관련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역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유엔인권서울사무소 다니엘 콜린지 인권관은 앞서 지난달 28일 유엔인권사무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내 인권침해와 출신 성분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출신성분에 따라 잔인한 고문과 비인도적 처우, 심문, 유죄 확정 판결 등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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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설문 응답자의 92%는 북한에 전환이 이뤄지면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거나 가족들에게 유해를 돌려주기 위해서 또는 인권침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시체 매장지 발굴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가해자들 즉 북한의 보위부, 안전부 상급 책임자들을 밝혀내고 조사하려면 증거가 필요한데 그 유해 자체가 증거라는 것 그리고 진상규명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처형을 당했는지 북한 인권침해 전체 규모를 밝히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록’은 결국 인권 유린에서 가장 중요한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라며 진상 규명이 잘 되어야 정의를 이룩하고 진실, 화해도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이영환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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